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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 / 2005 년 2월 1일 발행

 >>>>> 함석헌 명상집


    희망은 절망하는 사람만이 가진다.  마치 반석에 이르지 않고는 산 샘을 못 얻는 것과 마찬가지다.  희망이 있다해서 웃고 없다 해서 우는 사람, 한가한 사람이다.  정말 살자는 마음이면 현실을 보고 절망 하니 할 수 없을 것이다.  살려 애써 보다가 팽개치고 종살이라도 하며 살아가 보자 하는 놈 산 놈이 아니다.  반항하다가 죽더라도 종살이는 못 하겠다 하는 놈이 정말 산 놈이요, 산 놈이기 때문에 죽어도 산다.  산 생명에는 죽음이 없다.  희망은 그런 사람과만 말 할 수 있다.  생명 자체안에 희망이 있다는 말이다.  또 다시 말하면 불멸의 생명을 믿어서만, 믿음 그 자체가 희망이요, 생명이란 말이다.

 ★   생명이 무엇이냐?  생명이란 말은 잘 하지만 무엇이 생명인지 아느냐?  잘 아는 듯이 말하다가도 물으면 또 무슨 크게 어려운 것인 듯해 대답을 못 하느냐?  생명이 그렇게 어려운 것일 리가 없다.  잘난 사람만 아니라 바보라는 사람도, 사람만 아니라 벌레, 풀까지도 가지는 생명이 어려운 것 일 리가 없다.  가장 쉬운 것이 생명이다.  누구나 가지고, 누구나 할 수 있고, 어디 가나 언제나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줄 수 있고 받을 수 있는 것,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생명이다.  그래, '마음대로' 다 말을 해놓고 보니 참 재미있는 말이다.  '마음대로' 하는 것이 생명이지.
 

 >>>>> 새 소식

   ♣   함석헌 선생님과 함께 70년대 월간『씨알의 소리』를 만들어내던 박선균 님이 그 동안 “씨알의 소리”와 “씨알 모임”지 등에 실었던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출간을 앞두고 있다. 중국 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던 님이 두 차례나 나와 교정을 만료했기 때문에, 새해 중순에는 시중 서점에서도 책을 보게 될 것이라 한다. 이 책은 1부, “씨알은 이렇게 수난을 당했다”, 2부, “70년대『씨알의 소리』 이야기”, 3부, “『씨알의 소리』역사”, 4부, “씨알과 씨알정신” 으로 엮어져 있다.
이 책에는 내용도 70년대 언론자유를 위한 수난과 저항의 증언이기도 하지만, 특히 함석헌 선생님과 장준하 선생님을 비롯한 당시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들의 생생한 모습과, 『씨알의 소리』창간호, 복간호 표지, 월간 씨알의 소리사 전경 등 다시 볼 수 없는 사진 50여개를 곁들이고 있다. (출판사는 선(善)출판사 02-762-3335)

    2월 씨알사상연구회 월례발표회
박소정 박사님이 "함석헌의 윤리관"이란 주제로 발제합니다. 많이 참석하셔서 함석헌선생님의 정신과 사상을 함께 나누는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누구나 참석할 수 있습니다. 저녁식사도 제공합니다. 값은 없습니다.
때: 2005년 2월 19일(토) 늦은 4시-6시
곳: 기독교 백주년 회관 4층(종로 5가)
☎ 716-2918 FAX 716-2919 E-mail: hamsh70@unitel.co.kr  홈피 ssialsori.net or ssialsori.com
씨알사상연구회 02-900-2043, 019-324-2043
함석헌기념사업회 02-716-2918, 016-318-3430

 >>>>> 독서 감상문

 뜻으로 본 한국역사   -   “함석헌, 씨알의 역사”

부천고등학교 2학년 이종익

“한 사람이 잘못한 것을 모든 사람이 물어야 하고, 한 시대의 실패를 다음 시대가 회복할 책임을 지는 것, 그것이 역사다”
뜻으로 본 한국역사라는 책을 처음 접한 것은 바로 이 짧은 구절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구절 덕분에 함석헌이란 위대한 지성(至聖)에게 빠지게 되었고, 빠지면 빠질수록 그를 존경하게 되었다. 이 한 구절이 나에게 큰 스승 하나와 일생에 남을 책을 선사해 준 것을 생각하면, 정말 고마운 구절이 아닐 수 없다.

함석헌, 우리나라 현대사에 크나큰 족적을 남기신 그 분을 표현한다면, 할아버지 같은 편안함과 신선함, 혹은 이채로움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선생을 존경하는 가장 큰 두 가지 이유이기도 하며, 내가 함석헌선생을 지성 중 지성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이유다.

선생의 글을 보면 마치 할아버지께서 손자를 무릎에 앉히시고 얘기하는 듯한 편안함이 느껴진다. 아마도 함석헌선생의 글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징일 것이며 또한 위대한 점일 것이다. 그의 글 하나하나에 담겨있는 씨알들에 대한 사랑을, 민중을 생각하는 마음을 여지없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랑이 묻어나는 문체로 보았을 때 그는 역시나, 어려운 말만 써서 자신만의 지적세계를 추구하는 지성들에 비한다면 지성 중 지성임에 틀림없다.

신선함, 역시나 함석헌선생의 말과 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점이다. 씨알들을 역사의 주인공으로 앞세우고, 역사를 바라보는 것이, 그리고 역사에 대한 다른 역사가들에게는 찾아볼 수 없는 시각은 참으로 이채롭다. 뿐만 아니다. 그의 사상, 활동, 심지어는 종교관까지도……. 그런 신선함이 바로 70,80년대 많은 민중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었으리라 생각된다. 하여튼 이러한 색다른 시각은 나에게 충격과 새로움이었다. 그리고 다시금 함석헌이라는 사람에게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이 뜻으로 본 한국역사란 책은, 함석헌선생의 신선한 시각과 민중에 대한 끝없는 사랑이 녹아있는 결정체다. 마치, 할아버지께서 어린 손자를 무릎에 않혀놓으시고 옛날얘기를 해주시는 것 같은 편안함, 그리고 사랑하는 민중에게 던지는 희망과 충고가 녹아있는 책이다. 여느 역사책과는 달랐던, 뜻으로 본 한국역사, 충분히 우리에게 희망의 빛이라 할 수 있는 책이다.

나는 그러한 편안함과 신선함 속에서 책장을 넘기고, 또 넘겼다. 방학 때 기차 속에서, 집에서, 학교에서……. 그러면서 지난겨울 내내 선생에 매료되어 함석헌선생의 말씀에 취해 었다. 가장 감명 깊었던 이 책을 보며 선생의 식견에 감탄했고, 또 새로움에 놀라고, 그분의 희망이 넘치는 한마디에 울고 웃었다. 그 감상을, 그 벅차는 마음을 어찌 이 원고지 속에만 채울 수가 있을까. 이제 그 말로 할 수 없는 함석헌선생의 이채로움에 다시금 빠져보고자 한다.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역사를 떠올리면 보통 이런 사람들을 떠올린다. 김유신, 강감찬, 세종대왕……. 우리는 그들을 흔히 ‘역사의 주인공’ 이라 말한다. 많은 역사가들 역시 그들을 주인공삼아 역사를 써 온 것이 사실이다 . 그러나 함석헌선생은 과감히 역사의 주인공으로 민중을 등장시켰다. 영웅사관을 배제하고 철저히 민중의 시각에서 역사를 기술한 것이다.

이러한 그의 시각은 책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민중은 감정적으로만 움직이지 않으며 민중은 이해에 매달리지만 경제법칙으로만 움직이지 않는, 그야말로 뜻이 있는 사람이라는 씨알들에 대한 강한 확신에서부터 출발하여, 역사흐름의 정당성을 민중의 보이지 않는 뜻에서 찾는다. 대표적인 것이 고려의 성립에 대한 평가라고 할 수 있는데, 그는 고려의 성립에 대하여 민중의 생각으로서 왕건이 그 뜻을 내세웠고, 그들이 알아주었기에, 따라갔기에 그만큼 성공할 수 있었다고 평한다. 그렇다. 이 땅에 민중이 없었다면, 민중의 고귀한 뜻이 없었다면 어찌 위인이 등장하고, 역사가 전개될 수 있었겠는가? 결코 역사는 몇몇 위인들에 의해서만 돌아가진 않는다는 점을 선생께서는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민중의 힘’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선생의 면모를 또 한번 볼 수 있고, 그에 감탄할 수 있는 점이다.

내가 함석헌선생에게 배운, 그리고 감탄한 첫 번째이다. 이러한 시각은 ‘좀 더 다르게 우리역사를 바라볼 수 없을까’ 하는 질문에 대한 충분한 답이 되어 주었고, 무엇보다 선생의 이러한 사관(史觀)을 통해 무한한 민중의 힘, 씨의 힘일 것이리라.

그리고 민중에 대한 쓴 소리도 서슴지 않는다. 지나치게 염세적이거나, 비판적이지도 않다. 그렇다고 지나친 미화와 칭찬이 있는 것도 아니다. 마치 외국인이 한국인을 바라보는 것 같은 3자적 시각에서 ‘한(韓)민족’을 조명한다. 그의 역사서의 시작이 ‘단군’ 이 아니라 ‘한국인의 특징은 무엇인가’ 라고 시작되는 데서 충분히 알 수 있다. 또한 무려 원고의 절반 가까이를 할애하며 우리를 집중 조명했다. 한국인의 장점, 단점, 성격까지 말이다. 그야말로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는 말리 와 닿는 순간이다.

함석헌선생은 한국인의 특징을 착함(仁)과 날쌤(勇)으로, 평화를 사랑하면서도 진취적인 것을 한민족의 장점으로 삼는다. 그리고 시없는 민족, 철학 없는 국민, 종교 없는 민중이라 혹평하는데, 특히나 국가사상의 부재를 우리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즉, 선조들이 갖고 있던 진취적 기상, 즉 얼을 고려 중기 이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이런 국가사상의 부재가 국민의 정신을 해이하게 만들고, 역사를 그릇된 방향으로 진행시키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사상을 되찾을 것을 요구한다. 참으로 옳은 말이 아닐 수가 없다.

함석헌선생은, 이러한 분석을 통하여, 역사의 목적인 한 시대의 실패를 다음시대가 회복하기 위하여 투철한 자기반성(自己反省)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나를 아는, 성찰하는 과정을 통해 함석헌 선생은 우리 민족에게 새로운 길을 찾을 것을 제시하여 준 것이다. 이러한 선생의 글을 읽으며 다시 되돌아보게 된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바라보는데 너무 인색하지 않았나 하고.

함석헌의 이러한 칭찬과 비판, 그리고 혹독한 분석을 통해 우리 씨알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역사적인 사명을 제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가 심어준 희망은 우리의 유구한 역사와 역사를 만드는 민중의 힘이며, 길로서 투철한 자기반성과 사명(使命)을 자각하라고 독자들에게 충고했다. 그리고 우리의 사명으로서 우리민족의 특징인 인(仁)을 통하여 불의에 당당히 맞설 줄 알고, 또 그럼으로써 한민족이 인류의 도덕성을 높이는데 기여하자고 말한다. 이로서 새로운 세계에서의 우리가 할 일을 제시해 준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선생은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고, 끊임없는 성찰을 할 것을 강조한다. 끝까지 길과 해답을 제시해 주는 함석헌 선생의 이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은 어디에 비할 수 있을 것인가.

종종, 어려운 시기에 민족의 자랑스러운 역사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곤 했다. 신채호선생과 박은식선생이 일제치하의 암울한 역사 속에서도 꿋꿋이 우리의 역사를 알리려 노력했던 이유였고, 이규보라는 사람이 동명왕편을 지은 이유리라. 역사는 무서운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랑스러운 역사를 봄으로서 고난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 뿐 아니라, 과거의 성찰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하여 주는 것이 그것이다. 비록 내가 살지는 않았지만, 함석헌선생의 민중사랑의 결정체인 이 뜻으로 본 한국 역사도 마찬가지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독재와 총칼의 위협 속에서 암울한 삶을 살아야 했던 70,80 년대, 함석헌선생은 민중의 역사로서, 그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려 했던 것 아니었을까. 분명 이 책을 읽었던 많은 사람들이 함석헌선생의 깊은 뜻을 새기며 새로운 희망에 부풀어 올랐을 것이리라. 비록 체험하지는 않았지만 책으로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뜻으로 본 한국역사는 오늘은 사는 우리들에게도 그리고 미래의 세대들에게 귀감과 희망으로 읽혀질 것이라는 것도 또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역사, 아니 민중의 힘을 이 책으로 보여주신 함석헌 선생을 진정으로 존경한다. 나에게 책 한권으로 새로운 시각을 주었고, 희망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비록 이 세상에 계시지 않기에 직접 뵐 수는 없을 것이나, 그리고 선생의 말씀을 직접 듣지 못한 게 못내 아쉽지만, 그의 책 속에 말씀 속에서 함석헌선생은 나의 마음의 스승으로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다. 뜻이 통하고 마음이 있으면 천지가 이웃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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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함석헌 기념사업회  ssialsori.net